종교가 반려동물 마지막을 배웅하는 법
종교가 반려동물 마지막을 배웅하는 법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낸 반려인 상당수는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겪는다.
펫로스증후군은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인한 우울감, 식욕부진, 수면장애, 슬픔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오래 가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을 말한다.
힘겨운 시기를 종교와 함께 이겨내는 사람도 있다.
삶과 죽음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종교기 때문이다.
강릉 현덕사 “사람 대하듯… 죽은 동물에게도 세 번 절한다”
강릉 현덕사에서는 매년 10월마다 동식물천도재를 지낸다.
동물과 식물의 영가(불교에서 영혼을 부르는 말)를 천도하고 기리는 행사다.
먼저 간 반려동물을 추모하러 온 반려인, 실험에 사용한 흰 쥐의 영혼을 기리러 온 약대생 등 동물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지금껏 현덕사에서 추모한 동물만 해도 강아지, 고양이에서부터 거북이, 멧돼지, 제비, 쥐까지 다양하다.
천도재 기간이 아닐 때도 가족을 잃은 반려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시츄 ‘김송’, 말티즈 ‘자비’ ‘아들’, 골든리트리버 ‘코스모’의 막재가 현덕사에서 치러졌다.
막재는 사망 직후 49일간 7일마다 재(齋)를 올리는 49재 중, 마지막의 7번째 재를 말한다.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가 매년 되풀이되듯, 먼저 간 반려동물의 제삿날도 해마다 찾아온다.
올해 현덕사에선 말티즈 ‘몽순이’의 세 번째 기제사(매년 사망일마다 지내는 제사), 페키니즈 ‘복돌’과 스코티쉬테리어 ‘이마’의 첫 번째 기제사 등이 이어졌다.
지금이야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현덕사로 모여들고 있지만, 20여 년 전의 시작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현덕사 주지 현종 스님은 “어릴 적 빨랫줄에 날아든 제비를 쳤다가 두세 마리가 죽어 여기에 죄의식이 있었다”며
“99년도에 현덕사를 세운 후 제비 영가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냈더니,
사람들이 ‘어떻게 제비 위패를 조상의 위패와 함께 모시냐’며 비난했다”고 말했다.
불교에선 강아지·제비·인간이 형태만 다를 뿐 불성(영혼)은 모두 같다고 본다.
이에 현덕사에선 반려동물의 위패를 모신 영단에도 사람의 위패에 하듯 세 번 절한다.
제사상엔 반려동물의 사진과 생전에 좋아하던 사료·간식이 가득 오른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생명을 기리는 마음만 있다면 천도재에 참여할 수 있다.
현종 스님은 “태어나 살다가 병들고 죽는 건 세상의 이치임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며
“다만, 반려동물이 나보다 먼저 가서 내가 이 존재의 마지막을 지켜줄 수 있었음에 감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숨탄것들의 교회 “동물도 신의 피조물, 추모 않을 이유가 없다”
숨탄것(동물을 이르는 순우리말)들의 교회 임소연 목사는 그의 부모가 기르던 반려견 ‘소피’의 추모 예식을 진행한 적 있다.
산책하다 큰 개에게 물려 소피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의 집을 찾아가자, 소피는 쿠션 위에 누운 채 수건에 덮여 있었다.
임 목사를 비롯한 가족들은 소피 주변에 둥그렇게 모여 추모 예식을 진행했다.
소피가 각자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를 나눈 후, 숨을 거둔 그를 위해 기도했다.
개신교엔 죽은 동물을 추모하는 공식적 예식이 없다.
오히려 인간 이외의 존재에겐 영혼이 없으며, 영혼 없는 존재인 동물은 구원과 축복을 받을 수도 없다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동물도 신의 보살핌을 받는 피조물이니 축복과 구원의 대상이라는 견해 역시 있다. 물론 여기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개신교 교리엔 동물에 관한 내용이 없지만, 성경에는 동물이 자주 언급된다. 시편이 그중 하나다.
숨탄것들의 교회 임소연 목사는 “성경 148편에서 하나님은 숨을 쉬지 않는 해와 달, 별과 물 그리고 모든 들짐승과 가축,
기어 다니는 것과 새들도 모두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하라고 하셨다”며 “구약과 신약 곳곳에 하나님이 동물을 친히
돌보고 먹이셨다는 내용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임 목사는 동물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제사의
제물로 쓰이기도 했지만, 신을 찬양할 권리가 있는 피조물로서 창조주의 보살핌을 받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