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기 바쁜 병원 ‘친환경’ 경영까지 하라고?
사람 살리기 바쁜 병원 ‘친환경’ 경영까지 하라고?
아침 입 냄새 심한 사람 자기 전 ‘이것’만 해도 해결
사회에서 돈을 버는 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최근 산업계에서 화두인 ‘ESG 경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기업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E),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S),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유지(G)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환경을 오염시키든 말든 기업은 돈만 잘 벌면 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정부·소비자·투자자 등 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비재무적인 ESG 성과로도 기업 가치를 평가한다.
ESG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덕이다.
그러나 병원만은 유독 이런 흐름에서 비껴가는 듯하다. 큰 병원은 웬만한 중소기업만큼 이윤을 내고, 환경을 오염시킨다.
그럼에도 ‘병원은 사람만 잘 살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생명은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단 생각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병원이라고 정말 ‘친환경’ 그리고 ‘ESG’에서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의료산업은 인력·장치·물품 집약적… 온실가스 배출량 많을 수밖에
병원은 에너지를 많이 쓰고,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한다
해외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헬스케어 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은 전 세계 배출총량의 4.4~4.6%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내 대학병원은 웬만한 기업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에 게재된 온실가스배출량 명세서를 보면, 2021년 서울대병원은 9만1756톤CO₂eq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업체 기준).
9만396톤CO₂eq를 배출한 오비맥주보다 약간 많고, 9만6890톤CO₂eq 를 배출한 쌍용자동차보다 조금 적다.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내로라하는 대학병원들도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서울시가 공개한 2021년 서울 내 에너지다소비건물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에 의하면,
서울아산병원은 7만467톤CO₂eq ▲삼성서울병원은 6만9558톤CO₂eq ▲연세의료원은 6만6253톤CO₂eq의 온실가스를 배출(소수점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했다.
롯데월드타워(6만6300톤CO₂eq 배출)나 롯데월드(5만3961톤CO₂eq3 배출)보다도 많은 양이다.
병원의 온실가스는 어디에서 배출되는 걸까?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일은 치료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받고, 의료 장비를 사용하고,
치료 끝에 나온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의료진과 환자가 차량으로 병원을 오갈 때도,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과 의료용품을 운송할 때도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잉글랜드 헬스케어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의 22%가 건물의 에너지 사용에서, 18%가 환자·방문자·의료산업 종사자의 이동에서,
59%가 병원 물품 조달에서 온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다. 특히 의약품 운송은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에서 발생하는 전체 탄소발자국의 22%를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고대의료원 사회공헌사업팀 김석만 팀장은 “의료산업은 인력 집약적이고, 다양한 장비가 사용되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 아니라 ESG 규제 적용 안 받아도 도의적 참여 필요
지금껏 민간 영역에서의 ESG 경영은 사기업의 전유물이었다.
기업의 ESG 경영 성적을 기록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삼성SDI, 현대자동차, 한화석유화학, 대한항공의 4개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표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에 들어선 시총 200대 기업 중 154개사(77%)가 보고서를 발간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