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석회화 발견 몸에 문제 있는 걸까
건강검진에서 석회화 발견 몸에 문제 있는 걸까
“간 석회화 소견을 받았는데, 간이 돌처럼 딱딱해졌단 말인가요?”
최근 본지 독자가 물어온 궁금증이다. 56세 남성 이모씨는 얼마 전 국가건강검진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후,
간에 ‘실질 석회화’, 콩팥에 ‘석회화’가 있단 판독지를 받았다.
낯선 의학용어가 적힌 종이를 보고 있자니 내심 건강이 걱정됐다.
초음파 검사의 ‘석회화’ 소견은 의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간 석회화는 염증의 흔적, 전문가 “걱정 않아도 돼”
우선 석회화는 신체 조직에 ‘칼슘’이 많이 쌓였다는 뜻이다.
더 정확하게는 칼슘이 수산염과 결합한 칼슘수산염이나 인과 결합한 인산칼슘 형태로 몸에 축적됐단 말이다.
그렇다면 ‘실질 석회화’는 무엇일까? 신체 조직의 고유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적 부분을 ‘실질(parenchyma)’, 이 실질을 구조적,
생리적으로 뒷받침하는 부분을 ‘간질(stroma)’이라고 한다.
‘실질 석회화’는 말 그대로 기관의 실질에 해당하는 부분에 칼슘을 비롯한 물질들이 축적됐단 의미다.
간 석회화 소견을 받은 사람 대부분은 석회화된 부분이 조그맣다. 1cm 내외다.
석회화 병변이 왜 생기는지는 여러 가지 추정이 있는데, 과거에 염증을 앓았던 흔적이라는 추정이 가장 유력하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는 “간 석회화는 염증이 생겼다 회복한 자리에 남는 일종의 흉터로, 얼굴에 있는 점 같은 것”이라며
“간이 부분적으로 석회화됐다고 해서 간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니며, 간암 같은 큰 질환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드물게 간 전체에 염증이 생겨 석회화 소견이 나타나면 간경화일 가능성이 있지만,
간 일부에만 석회화 병변이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굳이 추적 관찰을 할 필요도 없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민우 교수는
“간 석회화 환자들을 몇 년씩 추적관찰해 봐도 석회화된 부분의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며
“간 석회화는 의학적 의미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아주 드물게 종양 때문에 석회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염증으로 인한 석회화와 영상의학적 양상이 달라 구별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CT나 초음파 검사에서 간 석회화 소견이 발견돼도 판독지엔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콩팥 석회화는 ‘요로결석’, 호르몬 이상 가능성
콩팥 석회화는 어떨까. 간 석회화처럼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까?
국소적인 콩팥 석회화는 별문제가 없지만, 콩팥 전반이 석회화됐다면 신장내과 전문의를 만나보는 게 좋다.
내과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서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오국환 교수는 “콩팥의 소변길 쪽에 요로결석이 있는 경우,
콩팥 일부에 석회화 병변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이외에도 신우신염 등 콩팥 염증 질환을 앓았거나 이뇨제·진통소염제를 장기간 복용한 경우,
또는 혈중 칼슘 수치가 높거나 부갑상선호르몬이 과잉 분비될 때 신장에 칼슘이 쌓여 석회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갑상선호르몬이 과잉 분비될 때도 콩팥의 칼슘 조절 능력이 떨어져 콩팥이 석회화될 수 있다.
비타민D는 우리 몸의 칼슘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해, 과다 섭취하면 혈중 칼슘 수치가 높아진다.
이에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칼슘양이 늘어나면 콩팥이 석회화될 수 있다.
오국환 교수는 “요로 결석을 제외하면,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콩팥 석회화는 별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콩팥이 전반적으로 석회화돼 있다면 부갑상선호르몬 과잉분비 등 내과 질환이 원인일 수가 있으므로
소변검사 ▲비타민D 수치 검사 ▲부갑상선 호르몬 검사 이뇨제 등 약 복용 내역 확인 등을 추가로 시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콩팥 석회화를 유발하는 유전 질환이 원인일 때는 드물다.
관상동맥 석회화는 건강 적신호… 동맥경화 가능성
석회화 소견이 나왔을 때 경계가 필요한 또 다른 부위는 ‘관상동맥’이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꼽은 석회화 소견의 의학적 의미는 혈관, 콩팥, 간 순서로 크다.
관상동맥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말한다.
관상동맥 석회화 소견을 받았다면 동맥경화때문에 혈관 폭이 좁아진 상태일 수 있다.
오국환 교수는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달라붙는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되면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혈관이 석회화될 수 있다”며
“동맥에서 석회화 병변이 관찰되는 건 혈관 상태가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민우 교수는 “동맥 경화가 있으면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니,
동맥 석회화는 신체 다른 곳의 석회화보다 좀 더 면밀히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