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의 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면역은 직관적이지 않다. 일단 우리는 면역에 대해 어떤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는다.
입으로 밥을 먹거나 눈으로 사물을 보거나 귀로 소리를 듣는 것처럼, 우리는 감기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거나 팔굽혀펴기를 하지 않는다.
몸이 안 좋으면 휴식을 취하는 정도가 우리가 능동적으로 면역을 위해 하는 것이고, 면역은 우리 몸에서 수동적으로 기능한다.
덕분에 인간이 면역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직관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당신이 만약 100년 전의 인간이다. 우리의 면역은 지금 피를 흘려 피가 부족한 상태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도 피가 있다.
이것을 내 혈관에 넣으면 안 될까? 보기에는 같은 사람의 피가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사람의 피를 혈관으로 넣어보았다. 그리고 50%의 확률로 죽었다. 왜 죽었으며, 왜 하필 확률은 50%일까?
이것이 ABO 혈액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간은 1940년에서야 알았다.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인체의 작동 기전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전 사람들의 최선은 수혈 뒤에 기도하는 것이었다. 이 원인을 밝혀내려고 했던 노력이 면역이라는 개념의 시작이었다.
면역은 인체의 내부 환경이 해가 되는 항원에 대해 방어하는 모든 기전이다.
어떤 항원에 대해 방어할 것인가부터가 간단하지 않다
대체로 계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갑각류, 견과류, 고양이 털 등은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들과는 조화롭게 지내는 편이 인간에게 유리하고, 대부분의 면역계는 이들 물질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물질에 인체가 과민 반응을 보이며 방어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피부가 가렵고 빨갛게 붓고 열감이 있으면서 재채기가 난다.
심할 경우에는 기관지가 좁아져 천식을 유발해서 숨쉬기 불편해진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알레르기’라고 부르고, 만성 피부 질환이라면 ‘아토피’라고 부른다. 알레르기는 일종의 면역 오류다.
면역 오류는 또 있다. 자기 자신을 항원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은 본인 신체의 어떤 부위나 성분에도 면역 반응을 일으키면 안 된다.
하지만 인간의 복잡한 면역계에서 생체를 스스로 공격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질병이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성 경화증’ ‘루프스’ ‘다발성 근염’ ‘베체트 혈관염’ ‘염증성 장 질환’ 등이다.
통틀어 ‘자가 면역 질환’이라고 부른다.
자기 몸을 스스로 공격하기 때문에 원인 기전이 아주 복잡하거나 잘 밝혀져 있지 않으며 치료가 어렵고 오랫동안 진행되며 악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알레르기’와 ‘자가 면역 질환’은 경과 자체가 만성적이면서 뚜렷한 치료가 없기 때문에 유독 민간요법이 많다.
반면 면역계가 필수적으로 공격해야 하는 대상이 있다.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등이다.
이들을 그대로 두면 병원균은 번식하면서 인체의 기관을 지배하고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에 대한 방어는 오차 없이 일어나야 한다. 이 방어 체계는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나뉜다.
선천면역은 태어나면서 모체로부터 물려받은 항원으로 싸우는 것이다.
인간의 DNA에는 우리가 공생해 온 세균과 맞서 싸워야 하는 세균이 기록돼 있다.
그전의 인류를 위협했던 병원체에는 우리 몸이 알아서 맞서 싸운다.
후천면역은 낯선 병원체와의 싸움이다. 아직 항체가 없는 병원체가 들어온다면 인간은 체온을 높여서
세균이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면역에 기여를 하는 인체의 물질들을 모아서 싸워나간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몸이 약해지고 피로해지거나 열이 나거나 목이 아프거나 기침을 하거나 팔다리에 고름이 차거나
설사를 하는 등 병원체에 대한 증상과 면역 반응을 동시에 보이게 된다.
이를 이겨내고 적절히 감염을 방어하는 데 성공하면 인간은 후천면역을 얻는다.
현재 생존한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전염병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이고, 2019년에 처음 출연했기 때문에 누구도 면역을 갖지 못했다.
700만 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이 원리로 페스트는 13세기에 유럽 인구의 절반인 2억을 죽였고,
평화롭게 살고 있던 아메리카 원주민은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들에게서 옮겨 온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페스트 등 때문에 거의 전멸했다.
그 외에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피에 반응하는 ‘수혈 거부 반응’과 이식 장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기 거부 반응’ 또한 우리 몸의 면역계의 일이다.
우리 몸의 세포 분열 과정에서 오류로 탄생한 암세포를 죽이는 기전 또한 면역에 포함된다.
이렇게 면역은 직관적이지 않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면역은 피아를 식별하고 생존에 도움이 되는 만큼 절묘한 반응을 보이면서 세균과 바이러스, 암, 다른 생체 조직과 맞서 싸워야 한다.
아무런 노력이 없어도 당연히 작동하지만, 이상이 있다면 오랜 시간 인체를 괴롭게 하거나 질병에 시달리게 하거나 감염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아직 우리가 완벽히 밝혀내지 못했을 정도로 복잡한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꾸준히 평생 작동하는 면역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