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갱년기까지도 갈 수도 마음 점검 필요
산후우울증 갱년기까지도 갈 수도 마음 점검 필요
열 달 동안 아이를 기다린 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대부분의 여성은 출산 후 심한 우울감을 느낀다.
거의 매년 산후우울증 산모의 자살사건이 발생할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산후우울증은 예민하고 유난스러운 여자의 문제로 여겨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일 정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산후우울증은 만성화될 수 있고, 갱년기 우울증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단 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저출산시대에 출산을 마친 이들의 산후우울증 관리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일산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민경 교수에게 산후우울증과 그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산후우울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산후우울증은 우울증의 유형 중 하나다.
‘산후’라고는 하지만 출산 전부터 출산 후 시기에 나타나는 우울증 전반을 얘기한다.
교과서적인 진단은 출산 4주 이후부터 발생하는 2~3개월 사이에 발생하는 우울증을 말한다.
그러나 출산 후 어느 시점이 되면 완전히 몸이 회복되는 게 아니다보니 보통은 출산 전부터 출산 후 6개월 이내에 발생한 우울증을 산후우울증으로 본다.
개인차가 큰 편이다.
다른 유형의 우울증보다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고, 부담감이나 심리적으로 혼란을 더 많이 겪는 특징이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우울증 자체가 몸과 마음의 변화 등으로 인한 감정적 어려움인데, 임신·출산을 하면 약 1년간 몸과 마음이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게다가 출산을 하면 임신 기간 중 멈춰 있던, 생리 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한 번에 몰려온다.
열 달 분량의 호르몬 변화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거다.
여기에 갑상선 호르몬 등 다른 기관의 호르몬 변화까지 한꺼번에 발생한다.
이 상태에서 출산을 앞두고 생긴 불안감,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자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출산 후 몸의 변화와 통증, 육아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 등이 더해지니 산후우울증이 생긴다.
산후우울감과 다른 건가?
산후우울감과 달리 산후우울증은 질환이다.
출산 직후엔 여성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급하강해 출산 후 5일까지 심하게 우울하고,
혼란스러워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산후우울감이다.
질병이라 보긴 어렵다. 산후우울감은 산모의 80~90%가 겪는다.
산후우울감이 아닌 산후우울증을 의심해야 증상은?
산후우울감이 생기는 이후에도 2주 이상 우울증상이 지속되고, 그로 인한 기능저하가 발생하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산후우울증이 있으면 계속된 긴장감, 강박 등으로 인해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를 보인다.
아이를 보느라 잠도 자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해 너무 피곤한데 잠을 못 자는 불면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잠을 잘 힘까지 써버려 각성된 상태로 피로와 우울이 계속 쌓여 불안이 높은 상태가 된 것이다.
그 외 의심 증상으로는 ▲작은 실수에도 ‘나는 엄마 자격이 없다’며 자책한다거나 아이를 봐도 행복하지 않은 경우
아이를 탓하며 화를 내게 되는 경우 ▲아이와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고 나만 사라지면 모든 안 좋은 상황이 해결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경우
나쁜 충동이 반복되는 경우 ▲희망이 없다는 생각만 드는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한 우울감과 불안을 느끼는 경우 등이라면 산후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등에 있는 산후우울증 증상들만으로는 산후우울증을 판단하긴 어렵다.
이는 문제인식을 위한 보조도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