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지하철에서 풍기는 타인의 향수 냄새 머리 아픈 이유?
만원 지하철에서 풍기는 타인의 향수 냄새 머리 아픈 이유?
만원 지하철·엘리베이터에서 타인의 짙은 향수 냄새에 머리가 아팠던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좋기만 한 향이, 왜 나에겐 머리아픈 악취로 느껴지는 걸까?
좋은 향도 과도하면 뇌에서 ‘악취’로 인식
우리 코는 같은 물질이라도 농도에 따라 향을 다르게 인식한다.
실제로 인돌이란 물질은 농도가 짙으면 사람 대변 냄새 같은 불쾌한 냄새가 나지만, 희석하면 자스민·치자 등 꽃향기로 변한다.
운데카락톤은 농도가 짙을 땐 기름냄새, 희석하면 복숭아 향이 난다.
디메틸설파이드 역시 짙을 땐 생선 조림 냄새나 김향 같은 비린내가 나지만, 희석하면 딸기잼·연유처럼 달콤한 향으로 바뀐다.
이유는 향기 농도가 짙을 때와 옅을 때 뇌가 냄새를 수용하는 매커니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후각세포가 냄새를 인지해 생성된 전기신호는 일단 중뇌 뒤쪽의 신경 연합인 사구체로 전달된다.
이 신호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관찰했더니, 한 물질이 사구체 속 여러 후각 수용체를 자극하는 것이 확인됐다.
향의 농도에 따라 결합하는 수용체 종류가 달라지면, 인식하는 냄새도 달라진다.
농도가 옅을 땐 수용체 1에 주로 결합해 냄새를 느끼다가, 농도가 진해지면 수용체 2에 결합해 뇌가 다른 냄새로 인식하는 식이다.
관련된 연구 결과도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 전공 김규형·문제일 교수 연구팀은 선충을 활용해 물질 농도에 따른 후각 처리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저농도에서는 선호 반응을 보였던 후각 수용체가 같은 물질이 고농도로 인식될 땐 오히려 회피 반응을 보이는 게 관찰됐다.
향 자극에 예민한 편두통 환자도 있어
향수 냄새를 맡고 머리가 아프다면, 편두통일 수도 있다.
편두통은 머리 한쪽으로 치우친 ‘일측성 통증’과 맥박이 뛰는 듯 욱신거리는 ‘박동성 통증’이 일정 시간 지속되는 걸 말한다.
하루 중 어느 때나 나타날 수 있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을 때 ▲향수 냄새를 맡았을 때 ▲운동 중 ▲월경 후 ▲밝은 빛을 봤을 때 ▲자동차를 탈 때
치즈·초콜릿·커피를 섭취했을 때 자주 발생한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머리로 가는 혈류가 증가해 혈관이 확장되며 뇌에 있는 신경 섬유가 압박받으면 두통이 생기는 것으로 추측된다.
편두통이 의심된다면, 평소 본인이 어떤 상황에서 편두통을 자주 겪는지 확인하고 그 상황을 피해야 한다.
보통은 신체 활동을 할 때 증상이 악화되므로, 편두통이 시작되면 어둡고 조용한 방에 가서 수면 등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안정기에 도달하면 4~72시간 후에 진정된다. 유발 요인을 피하기 어렵거나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편두통을 겪는다면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주로 복합 진통제를 쓰거나 수마트립탄, 졸미트립탄, 나라트립탄 등 급성기 편두통 약물을 사용한다.
편두통 예방 약물도 있다.
성인이 겪는 편두통 중 80%를 차지하는 게 무조짐 편두통인데,
피로감·무기력감·하품·울렁거림·구토·집중력 저하·근육 경직·갈증·복통 같은 예고 증상이 나타난 뒤 두통이 온다.
두통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예고 증상을 겪은 뒤 길게는 이틀 후에 두통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서,
단순한 과로·스트레스·소화불량쯤으로 여기고 지나치기도 한다.
편두통을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은 ▲특정 상황에서 울렁거림 등 전조 증상이 있으면서
머리의 한 부분이 욱신거리고 ▲체했을 때 두통이 동반되고 ▲평소 소리·냄새·빛 등에 민감한 편이고
가족 중 편두통 환자가 있을 때 등이다. 편두통이 의심된다면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편두통을 겪는지 확인하고,
그 상황을 피해야 한다. 유발 요인을 피하기 어렵거나 1주일에 두 번 이상으로 자주 겪으면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주로 항우울제, 항경련제, 베타차단제 등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