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취한 채 거래처 미팅도 나 자신을 믿지 못해

마약에 취한 채 거래처 미팅도 나 자신을 믿지 못해

커피 마시기만 하면 설사 로스팅 이런 것 으로 고르면 해결

마약 관련 사건은 자극적인 키워드로 점철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마약에 중독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의 매우 평범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마약을 구해 시작하는 이들도 있지만 소수다. 대부분은 친구나 연인, 직장 동료가 무심코 건넨 약물로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약에 빠진 사람들 중 절반은 평생 벗어 나오지 못하는 반면, 나머지 절반가량은 약을 끊으려고 발버둥 친다.

‘단약’ 의지가 있는 중독자들에겐 마약으로부터 벗어난 ‘선배’들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직장 생활을 잘 하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끊임없이 합리와 했었다.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거래처 미팅도 나가 봤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만난 30대 중반 김종훈(가명)씨는 단약 2년 차다.

그는 이른바 ‘원나잇’으로 만난 여성이 건넨 필로폰을 투약했다가 마약에 중독됐다.

이후 6년 간 마약에 중독된 채 직장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되면서 법적 절차를 밟았고, 현재는 NA 모임(자조모임)에서 다른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 본 여성이 건넨 주사기… 6개월 뒤엔 스스로 구매

2015년 경, 이촌동에 거주했던 종훈씨는 근처 이태원의 클럽을 자주 다녔다.

종종 처음 보는 여성과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성이 난데없이 주사기를 꺼냈다.

종훈씨는 “그게 뭐냐” 물었고, 여성은 다짜고짜 자신의 정맥에 주사 바늘을 꽂아 넣더니 “해보라”며 권했다.

종훈씨는 “주사기를 보고 불법적인 일이라는 걸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술도 취했겠다, 분위기도 거절하면 안 될 것만 같아서 그렇게 필로폰을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 종훈씨는 필로폰의 중독성이 과장됐다고 느꼈다.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날의 일을 하룻밤 해프닝 정도로 여기고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판이었다. 업무 스트레스로 과음한 날 불현듯 필로폰이 떠올랐다.

인터넷으로 구매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두 시간만에 필로폰을 받아볼 수 있었다. 첫 투약 후 6개월가량 흐른 뒤였다.

그 뒤 마약 투약 주기가 빠른 속도로 짧아져만 갔다. IT업계에서 일하던 그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도 잦았다. 때문에 마약은 주로 집에서 혼자 투여했다.

종훈씨는 “처음에는 6개월에 한 번씩 하니까 스스로 조절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며

“그러나 주기는 곧 2~3개월로 짧아졌고, 긴 연휴나 연차 전날에는 무조건 마약을 구비해놓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번 투약할 때 많은 양을 사용했다. 통상 필로폰은 1g씩 유통되고 0.03g을 한 칸, 즉 1회분으로 치는데 한 번에 세 네 칸을 사용했다.

그 여파로 1주일간 잠을 못 잤다. 생체리듬이 깨지는 걸 막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했더니 판단 능력이 떨어져 업무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죄책감이었다. 필로폰을 투약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다짐했지만 매번 어기니 죄책감이 그를 좀먹었다.

종훈씨는 “안 해야지, 안 해야지 하면서도 결국 스스로를 배신한 나를 마주하는 게 정신적으로 타격이 컸다”며

“몸과 정신의 상태가 투약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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