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하던 지인이 건넨 필로폰 수만 번 원망하다

동경하던 지인이 건넨 필로폰 수만 번 원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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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관련 사건은 자극적인 키워드로 점철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마약에 중독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의 매우 평범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마약을 구해 시작하는 이들도 있지만 소수다.

대부분은 친구나 연인, 직장 동료가 무심코 건넨 약물로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약에 빠진 사람들 중 절반은 평생 벗어 나오지 못하는 반면, 나머지 절반가량은 약을 끊으려고 발버둥 친다.

‘단약’ 의지가 있는 중독자들에겐 마약으로부터 벗어난 ‘선배’들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될 수 있다.

“교도소에서 10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수감자들을 마주하고는 딱 제 미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만난 이제홍(49·가명)씨는 단약 4개월차다. 그는 2020년도에 마약을 처음 접했다.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마약 공급책으로 돌변한 순간이었다. 그 뒤 1년 6개월가량을 약에 빠져 살다가 교도소에 수감됐다.

거기서 그는 가까스로 두 번째 기회를 얻고 출소 후 약을 끊으려고 애쓰고 있다.

“호텔에서 같이 놀래?”라는 말이 마약일 줄은

이제홍씨는 2020년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다짜고짜 “호텔에서 같이 놀자”고 제안했다.

“뭐하고 노느냐”고 물어도 “와 보면 안다”는 답만 되돌아왔다.

친분이 두텁기도 했고, 젊게 사는 듯한 그 지인을 평소 동경했던 제홍씨는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가보니 지인은 처음 보는 여성 두 명과 함께 있었다.

그제야 지인은 “마약을 하고 있었다. 같이 하고 싶어서 불렀다”고 털어놨다.

제홍씨는 ‘당연히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호기심을 부정하지 못했다.

그는 “안 한다고 말하면 해코지를 할 것 같기도 했고, 그들이 너무 멀쩡해 보여서 ‘조금은 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렇게 46세, 비교적 늦은 나이에 필로폰을 시작했다.

다음 날, 제홍씨는 지인에게 전화해 “또 해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1주일새 세 번을 더 투약했다. 그러던 찰나 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호텔에 있었던 여성 한 명이 자수를 한 것이다.

세 명은 구속됐고 초범이었던 제홍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 약물은 생각 나지 않았다고 한다.

제홍씨는 “집으로 공소장이 날아오고,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고 재판도 받아야 하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만 온 정신이 쏠렸다”고 말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후 한동안은 ‘죄를 지었으니까 죗값을 받아야지’, ‘앞으로는 똑바로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자신의 의지로 약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약을 구해줄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의심은 5개월 뒤 확신으로 바뀌었다. 약물을 가르쳐준 지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한 달음에 그를 찾아갔다.

그렇게 다시 필로폰을 투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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